Title.Part 3. '사랑'과 '자유' 그리고 그 둘의 화해에 관하여
진정한 천국이란 무엇인가 -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Part 1. 인물에 대한 고찰 : 조백헌, 이성욱, 황희백, 윤해신, 이정태
Part 2. '나'와 '타인', 그 사이의 배타성

위의 포스트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위의 글을 먼저 읽어주세요.




Part 3. '사랑'과 '자유' 그리고 그 둘의 화해에 관하여


그렇다면 이렇게 소설 전체를 통해 그려지는 배타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소설 속에서 황희태는 '사랑'과 '자유'의 개념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조원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동하고, 원생들은 '자유'를 위하여 행동한다. 사랑과 자유는 같은 개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지향점은 달라진다.

그럼 과연 사랑은 무엇이고, 자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감정의 문제이기는 하겠으나, 일단 이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자

사랑 :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
자유 :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

단어의 정의를 통해 조원장과 원생들이 추구했던 것들이 과연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조원장은 원생들과 '인격적인, 혹은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시도했다. 그것은 소설 전체적으로 볼 때 여러 번 드러난다. 소설 속에서 황희태는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이라는 말을 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이상욱이 그렇게도 울부짖던 '동상'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조백헌을 4대 원장이었던 주정수와의 비교를 통해 계속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베푸는 것으로 인해 발생한 '이긴 자와 진 자'의 존재 유무가 바로 둘의 차이가 됨을 알 수 있다. 주정수는 원생들에게 '베풂'을 행하기는 했으나 스스로, 혹은 타인들에 의해 '이긴 자'가 되었고, 조백헌은 '베풂'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동상 세우기를 끊임없이 거부했다―비로 무의식중에는 황희태나 이상욱이 말했듯이 '동상'을 세우고 있었을 지라도, 그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그것을 거부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으리라.―.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이긴 자'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버리고, '함께 사는 이'의 자리를 택하여 돌아왔던 것이다.

원생들은 그에 반해 '자유'를 위시한 행동패턴을 보인다. 그것은 원생들이 한번도 '자유'를 누려본 일이 없었기에 더욱 갈망의 대상이 된다. 그들은 항상 남에게 구속받는 생활을 해 왔고―섬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회의 시선이 그러하였으며, 섬에 들어온 이후에는 원장이 항상 자신들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병에 얽매여서, 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불신감과, 무기력함, 배타성에 얽매여서 살아왔다. 그러한 그들에게 그들의 '자유'는 끊임없는 갈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우리가 극명하게 깨달은 것은 그 자유가 '배타적인 자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유는 '나의 나됨'이라는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존재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나됨'이 절대적인, 최고의 가치가 되는 순간 그것은 자유가 아닌 '빼앗음'이 되고, 타인에 대한 자기 중심주의가 된다. 즉 '배타성'으로 돌변한다. 원생들의 행동에서 이 사실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난다. 원생들은 '자유'를 최고의 가치고 여기고, 자신들이 쟁취해야할 절대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 순간 그 자유는 '자유'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타인과의 대화를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비록 그 자유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데 대해서는 역시나 똑같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의 시선―그리고 나의 시선―이 지대한 공을 끼쳤겠지만, 자신의 자유를 배타성으로 바꾸어버린 그들 또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섬에서 진실로 사랑으로 행해야 할 사람들은 그것으로 행할 줄을 모르고 오히려 그것을 배워 알게 하여주십사 기도를 바쳐야 할 사람한테서 거꾸로 그것을 배워 깨닫게 된 인연이라니……"

이청준(2001),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 지성사. p.343


위의 황희백의 말은 그리하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설에서는 '자유를 행해야 할 사람'과 '사랑을 행해야 할 사람'이 어느 정도 뒤바뀌어 있다. 원생들에게 '자유'를 주었어야 하는 조백헌은 그들에게 '사랑'을 주려고 했고, '사랑'으로 타인을 감싸안는 법을 배워야 했던 원생들은 '자유'만을 갈구하며 비뚤어져 갔다.

그렇다면 과연 해결책은 무엇인가? 책 뒤에 나와있는 김현의 해석 『자유와 사랑의 실천적 화해』는 제목 그대로 '실천적 화해'가 뒤따라야 함을 말하고 있다. '힘의 행사는 자유와 사랑에 기초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타자로 나아감'으로만 가능하다. 이 나아감은 타자 위에 군림하는 것도 아니고, 자유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배척하는 것도, 배반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타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열림'은 사랑에 기초해야 한다. 사랑이 기저에 깔리지 않고서는, 진정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며,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서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와 사랑이 화해하고, 또한 공존할 수 있는 공동체는 내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야만 가능하다. 타인을 무시하고, 믿지 않고, 배타적으로만 바라보는 행동이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불러올 수 없듯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수동적인 태도 또한 사랑과 자유를 불러올 수 없다.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동체는 '스스로' 행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아니, 스스로 행하지 않고는, 결코 이룰 수 없다.

by SugarBlues | 2004/12/16 00:13 | 독서클럽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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